지난주 광수네 텃밭에서의 온기가 채 가시기도 전, 오늘 6월 14일(토) 몇 친구들이 다시 길 위에서 만났습니다. 이번엔 광활한 철원의 땅, 한탄강 주상절리길(하이퍼링크를 걸었으니 크릭하면 철원군 홈페이지에서 정보 제공)을 따라 나란히 걸었습니다. “와이프들이 꼭 가보고 싶다더라”는 한마디에 주중의 피곤함도 잠시 접어두고, 서둘러 일정을 맞춰 함께 나선 부부들. 그 마음의 시작은 소박했지만, 그 하루는 뜻밖에 깊고 단단한 시간으로 우리에게 남았습니다.
한국관광 100선,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된 이 길은 단순히 ‘풍경 좋은 길’이 아니었습니다. 13만 년 전, 북한 평강에서 흘러내린 현무암 용암이 만든 협곡. 우리가 걸은 그 길 위에는 사람보다 오래된 시간, 땅이 말 없는 언어로 쌓아온 지질의 기억과 세월의 깊이가 고요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잠실역에서의 이른 출발, 그리고 순담매표소에 멤버들이 정시에 도착한 순간부터 우리는 작은 설렘을 품고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3.6km, 왕복 7.2km. 그리 길지 않은 거리였지만 뜨거운 초여름 햇살과 반짝이는 강바람, 검은 현무암 절벽의 기품과 묵직한 침묵은 우리의 걸음을, 그리고 마음을 천천히 데워주었습니다.
걷는다는 건 참 묘한 일입니다. 같은 길을 걸어도, 누구는 추억을 꺼내고 누구는 오늘을 정리하며, 또 누구는 다가올 길을 그려봅니다. 이날의 발걸음은 8월, 중국 시안, 화산과 숭산의 험준한 능선을 향한 예고편이기도 했습니다. 함께 땀을 흘리고, 함께 숨을 고르며 맞춘 호흡은 그 먼 여정에서도 버팀목이 되어줄 동행의 연습이었지요.
트레킹을 마친 뒤, 60년전통 철원막국수와 녹두전, 시원한 철원막걸리로 차린 소박한 식사 시간. 긴 걷기 끝의 한 상은 유난히 맛있고 풍족했습니다. 그 속에는 철원의 인심도, 서로의 안부도 함께 담겨 있었지요.
이번 하루는 그 자체로 충분히 소중했지만, 어쩌면 다가올 더 큰 여정을 위한 작은 예행연습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부부와 친구가 함께 걷는 길, 그 속에서 우리는 지금의 삶을, 그리고 서로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며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다음엔 오늘 함께하지 못한 친구들도 꼭 함께 걸으며, 우리가 써 내려가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따뜻한 장면이 더해지기를 기대합니다. 다들 건강히 지내시고, 다시 길 위에서, 다시 웃음 속에서 만나기를!